미친소년
버스정류장에서 미친소년을 봤다.
벤치에 앉은 내옆에 슬며시 앉더니 손을 내허리에 넣는다.
순간 놀란 나는 슬며시 깔끔한 여자가 앉은 옆 벤치로 옮겨 앉았다.
미친소년은 일어나더니 또 다시 정거장은 서성였다.
기다리던 402번 버스가 느리게 도착했고 타려는 순간
미친소년은 나보다 먼저 버스에 오른다.
미친소년은 돈을 내지 않았고 운전기사 아저씨도 아무말을 하지 않는다.
미친소년은 맨 뒤로 가서 앉았고 나는 뒤를 보지 않은 채 앞자리에 앉는다.
어둑한 버스안, 소년이 앉은 뒷자리에서 흥겨운 소리와 신음소리가 차례로 났다.
소년의 상태에 대한 조심스러운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며 마음을 물들여갔다.
푸르게 짙푸르게 물들어 가며 나에게 속삭여 인다.
나도 너와 같이 미쳐있었지.
삶의 맛을 못느끼고 속는걸 알면서도 속고 속아서 바닥이 뚫어진 신발의 황금신발처럼 여기고
계속 계속 세상에 얻어 맞기만 했다면,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면, 운명에 바보처럼 저항하지 못할 거라면,
미친소년아, 차라리 살인자가 되어 행복한 복수를 하길 바란다.
카인이 감정과 법사이에 순응하지 못하고 살인자가 되었다만
적어도 그는 정직히 자기밭의 소산을 먹었고 타인의 공격으로부터 신의 보호를 받았다.
미친 소년아. 그렇게 미치지 말고 반드시 복수하는 사람이 되라
Lable
- 전단지
-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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